목련나무에 전구를 갈아 밤을 향해 박수를 치고 부끄러운 반점을 감춰 샤덴프로이데, 소리 내어 말하면 전기가 튀어 열매 맺을 줄 아는 꽃들이 꽃필 줄 모르는 열매의 숨통을 조이겠다


계절의 수평선에 반쯤 잠긴 마음만이 내쳐 고단하다고 이제 와 지껄여 봤자 네 손마디 사이에 박힌 우스갯소리로나 기록될 테고 나는 해독할 수 없는 독, 영영 중독시킬 수 없어도 독이다 이윽고 모든 게 망가진다 망가지지 않은 것은 유치원 담장 아래 앉아 철망통 속 다람쥐를 내내 바라보는 길고양이의 뒷모습 같은 것뿐


끊임없는 갈증은 물이 아닌 것으로 속을 채운 탓이다 걸핏하면 눈 안에 차오르는 열기 탓이다 옆에 앉은 사람을 꽉 끌어안으면 간간히 무너지는 일교차가 싫고 새 기능이 장착된 신세대 승강기가 싫고 괴상하게 아릿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울 것 같은 마음이 싫고 오로지 입에 단 막막함만이 좋다


혀끝에 푸른 냄새가 매달린다 손을 줘 속이 빈 사탕처럼 파삭 바스러지지 않을 달콤함을 원해 벌의 날개 사이 흐르는 바람결에 옷자락을 흘려 보내면 죽고 싶단 사소한 투정도 웃음으로 눙치는 밤이 오고 소네트 사이의 시옷처럼 한없이 연약한 악몽을 꾸겠다 예년처럼 능소화는 설렁줄 같이 늘어질 텐데 잡아당겨도 오는 이가 없다


올봄 이렇게 괴상하니 여름 되면 무화과나무에 꽃이 필 테다 그 희한한 광경을 너도 보고 싶겠지 그런데 우리 집 앞 목련부터가 아직 다 피질 않았어 꼭 전구가 수백 개는 달린 샹들리에 같단 말이야 어쩌면 네 마음에 들지도 모르고